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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은 내일의 행복으로의 프롤로그 프로필의 시온은 @natsuki_0907 씨로 부터 받았습니다.
シオ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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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14. 03:22 리뷰, 프리뷰/미분류

-미래의 시선(고정)

“그러니까아.. 오빠는.. 나빠아~ 아무리 봐달라고 해도 돌아 봐주지도않고..오...~”

혀가 풀린 발음으로 계속 푸념을 하는 에르.

“응..으응? 에르... 미아..내 미안해.. 이 오빠가 다 나쁜..노미다...!”

완전히 맛이 간 표정으로 역시 무언갈 계속 중얼 거리는 민우.

“미래야아~ 우리.. 섹....하자 응? ...스하자고..으억...!”

그리고 마지막으로 헛소리하다가 한 대맞고 기절한 하늘.

셋다 마약이라도 한거...냐고 말하자면 아니다. 그냥 평범한(?)주정이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런 맛이 간 좀비 둘과 여자 좀비 하나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지리 멸렬한 말을 내뱉을 때까지 퍼 마셨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본인들이 자진해서 마신거니깐.

덛붙이자면 지금도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서 음미하며 계속 자폭하는 커플 한쌍과 틈틈이 덮치려드는 변태를 걷어차면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는 나는.. 취하지 않았다.

난 절대로 취하지 않는 체질이다.

시험 삼아서 맥주를 20캔을 가져다 놓고 마셔봤지만 취하기 전에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배탈이 먼저 나버리는.. 그런 특이 체질이다.

물론 도수가 쌔다는 양주도 실험을 해봤지만 맛이 없어서 콜록 거렸을 뿐 전혀 취하지 않는다.

돌아가서, 어쨌든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하니깐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약 9시간 정도만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한다.






“오늘은 고기 구워먹자.”

하늘이 왠 일로 산더미 같은 량의 고기를 들고 들어왔을 땐 굉장히 놀랐다. 한근 두근의 그런 레벨이 아니라 정말 정육점에서 진열되어있는 고기 한 채를 전부 들고온 것 같은 사이즈의 고기.

“..그건 왠 고기야?”

“선배 하나가 고깃 집을 하는데 오늘 도와주는 댓가로 얻어왔지.”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선배일을 도우러 나간다는 소리도 들은 것 같다.

“헤에.. 가끔은 쓸모있는 것도 들고 오는구나.”

평소엔 간혹 가다가 자기 취향의 옷-아무 장식도 없는 하늘색 원피스라던가-를 들고와서 입어달라고 부탁하질 않나, 에르한테나 어울릴법한 커다란 하늘색 리본을 사와서는 머리에 장식해보라고 하질 않나, 그런 류의 무리한 요구만 듣다가 오랜만에 그냥 평범한 걸 집에 들고 왔단 사실 자체가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란 사실에도 놀랐다.

“근데 우리 둘이서 먹기엔 좀 많지 않아?”

“그래서 민우 녀석한테 저녁 먹으러 오라고 하긴 했어.”

“헤에...”

민우를 불렀단 건 에르도 온단 소린가..

“그리고 술도 사왔어.”

“술?”

그러고 보면 하늘은 다른 한손엔 커다란 검은색 비닐 봉투를 들고 있었다.

“응, 난 맥주 좋아하니깐 맥주랑 같이 먹을려고.”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맥주는 그 닥 싫어하지 않는다. 술 보단 탄산음료 같다는 기분이 강하고, 난 술에 굉장히 강한 체질이라 잘 취하지도 않으니깐.

“나도 마시게 일단 냉동실에 한꺼번에 넣어두자.”

“엥? 너가 술을 마셔?”

하늘은 전혀 의외라는 표정으로 처다본다.

“응, 잘 마신다고 생각하는데?”

“거짓말, 딱 봐도 한 두잔 마시고 주정 부리게 생겼는 걸?”

“....먼저 취하는 사람이 십 만원 주는 걸로 내기할래?”

“콜!”

아마 체형도 작고 평소에 조금 약하게 보였더니 당연히 술도 약하다고 생각한 게 분명하다.

십 만원 정도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두고 보라지..라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바보지만.

하필이면 이런 날 식사 당번이 나였던 고로, 나는 우선 밥을 짓기로 한다. 같이 살게 되면서 집안의 가사 일들을 서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오늘이 내 차례였던 것이다.

밥을 짓고, 고기를 양념에 재우고, 이런저런 밑반찬을 준비하는 동안 하늘은 옆에서 식탁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집안청소를 한다.





약 두 시간 뒤, 저녁 7시쯤 민우가 에르를 데리고 찾아왔다.

“하늘형이 고기가 산만큼 있으니 먹으러 오라고해서 왔다만 진짜냐?”

민우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물어본다.

“아마 4인이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저쪽을 보라고?”

나는 식탁에 차려놓은 산 더미 같은 생고기&양념고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에읏.. 저걸 넷이서 다 먹을 수 있을까요..?”

상상했던 것보다도 스케일이 큰 편인듯 민우도 에르도 즐거운 표정이라기 보단 음식이 남을까봐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뭐.. 남으면 뒀다가 밑반찬용으로 쓰거나 국을 끌이거나 하면 되니깐.”

“..너 왠지 주부같아.”

민우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당연하지, 미래는 내 아내니깐 이 정도는 당연...으억!”

몸을 기역자로 꺾으며 잠시 정신을 잃은 하늘을 무시하고, 냉동실에서 적당히 차가워진 맥주를 꺼낸다.

“에? 술도 마실려고?”

“저 녀석이 잔뜩 사와서 어쨌든 숫자를 줄일 필요는 있으니깐, 게다가.”

“?”

“누가 먼저 취하는지 10만원 내기하기로 했거든.”

“에..에읏.. 하늘오빠.. 불쌍해..”

내 주량을 잘 알고 있는 에르는 안쓰러운 눈으로 흰자위를 뒤집고 기절한 하늘을 쳐다본다.

“괜찮아, 그리고 말인데 에르, 이 바보 멍청이를 굳이 오빠라고 부를 필욘없어.”

“그..그래도 연상인데..”

“연상은 무슨.. 완전히 애같이 노는데 뭐.”

“..너가 할 소린 아니야 나 미래.”

민우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뭐 임마, 너도 맞아볼래?‘

“...아니요.”

이래서 남자들이란.



아무튼 한 2분 뒤에 궁시렁 대면서 일어난 하늘과 함께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우선 맥주부터 따놓고 건배할까?”

“에..에읏.. 나는 술 못하는데에..”

“괜찮아, 조금 마시면 취하진 않으니깐, 사회 나가면 이런 자리도 많이 마주치게 되니깐 지금부터 연습 해두는게 좋을지도.”

“그..그럴까나..”

“자 그럼, 뭘 위하여 건배할까?”

“10만원을 위하여!”

하늘이 멋대로 소리를 지르며 잔을 들어 올리자, 다들 어색하게 잔을 들어 올려서 건배한다. 그 십 만원, 누구한테 돌아가나 두고 보자.. 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지만.

“에..읏.. 으..? 이거 생각 외로 맛있을지도..”

“그렇다니깐.”

잔을 들어올려서 물 마시듯 벌컥 벌컥 맥주를 들이키자 하늘은 놀란 눈으로 날 처다본다.

“야, 너 아무리 그래도 처음부터 그렇게 마시면..”

“난 원래 이렇게 마시는데?”

“..저거 진짜로 사실이에요 하늘형.”

민우가 뒷받침 해주자 하늘은 당황한 표정으로 ‘엑?!’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쟤, 술을 마셔서 취하기전에 배가 불러서 술을 못 마시는 애라니깐요.”

“...윽..”

뭐,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지만, 이라고 생각하며 맥주를 음료 마시듯 들이킨다.

“아, 고기 다 구워졌다.”

에르는 잘 구워진 고기를 자신의 접시로 조금 가져가서 우물우물 하면서 먹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도 먹자.”

왠지 무언가를 결의한 듯 한 하늘의 표정을 뒤로하고, 나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올렸다.



고기가 서서히 사라져가고 다들 슬슬 배가 불러서 고기는 적당히 먹고 메인이 술로 넘어갔을 무렵, 나는 어느새 식탁에 맥주캔 7개를 밀어놓고 다음 캔에 손을 가져가고 있다.

“에헷..헤헤.. 조금.. 기분 좋을지도오...”

에르는 벌써 취했는지 늘어지는 목소리로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나도.. 취한다...”

약간 어지러운 듯 민우는 아까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어이, 미래 아직 겨우 7캔으로 넉 다운 되면 안 된다 고오?!”

“시끄러..”

무리하게 10캔 째에 손을 뻗으며 취기를 참으며 발악하는 하늘을 보고 나는 한숨을 푹 쉰 다음 맥주를 천천히 마신다.

조금 더 지나자 다들 취했는지 삼자 삼색으로 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파아.. 내가 시실.. 얼마나.. 오파를 사랑하는지.. 모르지이~.”

완전히 혀가 꼬인 발음으로 민우에게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하는 에르.

“사실, 전에 우리 처음 만난 day.. 까먹었을때.. 서운해서 죽는주...아라써.. 에읏... 오빠는.. 내가 look back 해달라는 데에.. 항상.. 나를 너무 아끼..고오.. 더.. 막 대해줘도.. 난 아무러치도 아는데에.. because! 난 오빠가 조으니까.. 에헷...”

..언어체계가 꼬이기 시작했는지 영어를 섞어가면서 에르가 신세한탄을 한다.

“미아..내.. 그래 오빠가..다! 나쁜놈이니카! 오빠를.. 주기면 대..!”

민우도 맛이 갔는지, 될대로 되라 식으로 전부 대답하고있다.

“No no.. 오파를.. 주기면.. 나 lonely해지느너얼... 에헷.. 그래도.. 나 관심받고싶어서어.. 리본도 매일 매일하고.. 오빠가 좋아할 만한.. 드레스도 wear해보고... 에헷... 근데.. 흑..오파는.. 날 너무 아끼기만..해... 난 좀더 love!해줘도 된다고오?”

계속 되는 에르의 주정과 그저 미안하다고 사과만하는 민우.

뭐랄까, 둘을 보고 있자니 왠지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에르는 항상 민우에게 충분히 사랑 받고 살 것이라고 분명히 생각했다. 하지만 에르의 술주정은 계속 민우가 자신을 좀 더 애정 표현을 받고 싶어한다던가 속으로 내심 아쉬웠던 민우에 대한 자신의 불만 투성이인게 신기했다.

에르는 항상 웃고 있어서 필시 민우랑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사람도 사실은 더 사랑 받길 원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랬다고 생각하니.. 항상 사랑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는 것이 괴로웠던 나인데, 사실은 둘다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왠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의 정체는 생각보다 나 혼자 만의 문제는 아니 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미래야아~ 우리 야한짓...하자!”

...물론 그렇다고 어느 쪽이냐면 나는 너무 지나치게 사랑받아서 문제되지만.

늘어지며 들러붙는 하늘을 격추시키고, 나는 다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그냥 막연히 아무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웃고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새벽 한 시.

술 주정 하다가 잠든 에르랑 민우를 내 방에 어떻게 어떻게 바래다 준 다음 하늘을 질질 끌고 하늘의 방에 내려놓는다.

...아무래도 이 상태인데 옆에서 자는건 무리겠지.. 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린 그 순간.

“미래야..아.. 가지마아.. 오빠랑 같이.. 있어주라아...”

하늘이 잠꼬대로 허공을 허우적 대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으응? 미래야아.. 가지마아.. 사..사랑하니까아아...”

얼굴이 확 달아 오르는게 느껴진다. 정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 녀석은.

“응..? 미래야아.. 가지마아..”

“..바보.”

대충 잠옷으로 갈아 입은 다음 하늘 옆에 눕는다.

“진짜, 아직도 애라니깐..”

그 사이에 이불을 차고 자는 하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손을 꼭잡아준다.

“..아무데도 안가니깐 걱정 말고 자.”

정말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그냥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술에는 취하지 않았지만, 역시 난 이 분위기에 취해버린 걸까.

“나.. 사랑받고 있구나..”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문제인데 내가 그동안 너무 깊게 생각 한건지도 모른다.

나도 정말 바보 같아.

시간이 지나면 나를 정말로 좋아해주는 사람이 언젠가는 나타나는데, 여태까지 그냥 나만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괴로워하고 혼자서 열등감에 빠지고.. 그랬는데 결국 이제와선 내가 없으면 괴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바보 같은 연인하고 같이 있다.

나도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마음이 안심이 되서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난 하늘의 손을 꼭 잡고는 생각했다.




이 손은 언제까지나 놓지 않겠다고.

posted by シオ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