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시점.
사실대로 말한다. 나는 20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도 없을 뿐 더러 그런 주제에 굉장히 연애에 대해서 동경한 편이다.
우리 가족은, 음.. 여러모로 평범하진 않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실상 속도위반..에 가까운 결혼을 하셨고.(어머니는 무려 이때 16세였다고 한다!) 큰 언니의 경우에도 거의 같은 나이에 결혼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쌍둥이 남동생(..본인은 죽어도 자기가 오빠라고 주장하지만) 마저 17살에 결혼해서 지금은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막장(?) 집안에서 커서 느낀 건.. 부럽다고 생각한다. 다들 말도 안 되는 어린나이에 결혼했고(물론 아버지랑 형부는 당시 22,23세였다고 한다.)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야 정상인데도, 전혀 그런 걸 못 느낄 정도로 잘 산다! 옆에서 보는게 괴로울 정도로 닭살 돋게 잘산다!
자랑(?)이 아닌 기록으로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늦게 결혼하게 생긴 여자가 되었다. 아니 어찌보면 20살 넘어서 결혼 하는게 사실 가장 바람직한 거지만, 우리 집안이 특이함이 분명한데도, 그게 워낙 속도 위반이 당연시(..)되버린 집안인지라 나만 늦은 취급을 받고있다.
이런 면에서 확실히 말해두자면, 그건 내 탓이 아니다. 그런 사랑 방식에 대해서 부러워 한적도 많고, 질투한적도 많지만, 누가 뭐래도 난 우리 가족처럼 화려한 히스토리를 쓰면서-어찌보면 내가 가장 그러기에 내가 가장 정상인지도 모른다-라고 하면서 굳이 사고칠 필욘없는 것이다!.. 라는 신념으로 20년을 살아왔기에.
하지만 젓가락에도 짝이 있듯이. 인연은 의외로 어이없는 곳에서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여러 의미로.
-하늘의 시선
미래랑 처음 만난 건 대학교의 OT때였다. 당시 나는 미래보다 2년 선배긴 했지만, 군대를 일찍 다녀오는 바람에 미래랑 반학기 차이밖에 안 나는 폼만 선배라는 실정 이였다.
때문에 사람들하고 좀 친해져 볼려는 복학생 아싸 특유의 발악(?)으로 OT에 참석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OT이벤트로 보물찾기를 하면서 부터였다. 이 나이씩이나 먹고 다들 그런 거 하고 놀고 싶을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 해보 지만 그러면 뭣하랴, 주최 측은 내가 아니다.
2인 1조로 활동하는 이 게임에서 나는 운명의 여인인 나 미래(20세)를 만나게 된다.
“자.. 잘부탁드립니다!”
“아, 나도 잘 부탁해.”
조금 과도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건내 오는 그 아이는 꽤나 귀여웠다.
20살로는 보이지 않는 외모에 키에 신체 사이즈. 약간 수줍어하는 성격이 꽤나 귀엽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은 나중에 가서 뒤집히지만, 뭐 어떠랴.
여기까진 사실 별문제 없었다고 본다. 일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건 이 다음 부터니깐.
-미래의 시선
산에서 길을 잃어버렸다.
설상가상이 정말로 설상가상이 되어 눈이 마구 마구 쏟아지고, 아직 추운 2월의 기온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져갔다.
겨우겨우 산중에 동굴을 발견해서 들어갔지만, 날씨가 지나치게 추운 나머지 감각조차도 마비되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 수 록 정신은 혼미해져 가고.. 저 체온증이 극도로 닥친 나머지 나는 더워서 견딜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몸이 너무 추우면 열이 심하게 나서 덥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 지경까지 가면 심각하다고 한다!).
이때 당시, 우리의 강 하늘(22세)군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눈 앞에서 여자아이가 죽어 가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은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자기 자신도 거의 죽기 직전에 놓여버렸으니깐.
“저기.. 괜찮아?”
“더워...더워어..”
당시엔 정신이 혼미해서 내가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오빠의 증언을 바탕으로 나온 픽션이니 내 망상이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린다.
“어..어이 옷은 왜 벗는거야?!”
“괴로워, 더워어.. 흑..으흑..”
“살고 싶으면 옷을 입어! 저 체온증 때문에 몸에서 열이 나서 그런거야!”
“엄마..엄마...아빠...민우야..에르...”
..덛붙이면 민우는 내 쌍둥이 동생이름이고 에르는 그 연인 되시겠다. 풀네임은 아베카 에르메넬리아. 일단은 오스트리아계 한국인이다.
..넘어가서.
“제길, 누구 좀 없나요?! 누구 없냐고요!! 제길! 제길!”
“살려줘..도와줘....”
“...제길 원망은 나중에 들을테니깐 일단..”
그러고는 오빠는 옷을 벗어서 나한테 입혀주고 꼭 안아준다. 하지만 그걸 론 이미 갈 때 까지 간 내 저 체온증을 예방하기엔 역 부족이였다.
“흑..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
-하늘의 시선.
내 눈앞에서 여자 아이가 죽어간다.
점점 꺼져가는 목소리로 살고싶다, 살고싶다 하고 재 정신도 아닐텐데 계속 중얼댄다.
나도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냉정해져야 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아무리 옷을 껴입게 해도, 몸을 꼭 끌어안고 있어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주변에 쓸만한 땔감조차 없어서 불을 못 피우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내가 떠올린 답은 너무나도 지저분한 것이였다.
그래서 난 미래에게 말을 했다.
“저기 잘 들어, 난 솔직히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몸에 열이 돌게 할려면 딱히 떠오르는 방법도 없어. 일단 모 아니면 도인 도박인데다가, 너한테 진짜 견디기 심한 짓을 할거야.”
“.....”
그때 당시 미래는 좋고 싫다 대답할 만큼 재 정신은 아니였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꽤나 행운이지만.
“일단은 그.. 섹..스라고 해야하나..? 그런걸 해서 몸에서 열이 좀 나게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물론 내가 가방끈이 짧아서 다른게 떠오르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니깐 나중에 신고하든 콩밥먹이든 그때가서 원망해줘.”
미래는 여전히 멍한 표정이였다. 그때 당시엔 정말 나중에 무슨 욕을 얻어 먹던 지간 상관없으니깐. 일단 눈앞의 이 아이가 살아줬으면 하는 그런 심정이 였던 것 같다.
그걸로 인해 내 인생이 파멸로 치닫는다고 해도, 이 아이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분명 만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안아버렸다.
-미래의 시선
무아 지경이였다.
몸이 계속 뜨거웠다 차가워졌다 하는 느낌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 중간에 몇 번 필름이 끊기기도 했다.
정신이 조금 돌아왔을 때 처음 느낀 기분은.. 고통이였다. 일단 나는 그때 당시 처녀였고, 이미 추위로 인해 몸에 고통이 밀려와서 솔직하게 재정신은 아니였다.
“하..하아..하아..”
“..미안..미안...”
오빠는 자꾸 울면서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다. 내가 조금 정신이 들자, 꼭 끌어안고 계속 계속 미안하단 말만 했다.
“괜찮...아요..”
“....미안..”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잖아요..?”
“...그래도..”
“대신 조금만 더 곁에 붙어 있어 주세요.. 역시 처음이라서.. 하핫..”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사람이 내 첫 경험상대가 되었다는 괴로움 보다, 왜 이런 상황에 몰려서 이렇게 밖에 슬픈 관계를 가지고 있냐는 고통이 마구 밀려와서.
“정말로 원망이라면 얼마든지 받을테니깐..”
“..됬어요, 관계도 그런식으로 가졌는데 곁에 아무도 없으면 비참..하잖아요 흑..”
자꾸만 눈물이 난다.
그래서 한참을 울었다. 여전히 추위는 가시지 않았고, 눈은 계속해서 쌓여 간다. 아직 살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의 여부도 모르고 내 인생이 너무너무 비참하게 느껴지고 슬퍼서 자꾸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하늘의 시선
“..그러고보니 제대로된 자기소개도 아직이네.”
미래가 조금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그녀가 괴로운 생각을 하지 않도록 화재를 돌렸다.
그녀도 일단은 장단을 맟춰 주기 위해서 대답을 한다.
“아.. 저는 미래에요 나 미래.”
“미래..라 멋진 이름이네.. 하하..”
빈말인지 아니면 그냥 무의식에서 터져나온 말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땐 진심이었던 것 같다.
“선배..는요..?”
“강 하늘이다.”
“남자 이름 같지 않네요.. 굉장히 여성스러운 이름..”
그 말과 함께 그녀는 굉장히 쓴 웃음을 지었다.
하긴, 어렸을 때부터 하늘하늘하다 하면서 놀림받고 컸을 정도로 남자 이름으론 좀 안어울리니깐.
“부모님이, 이 세계를 덮어 버릴 정도의 놈이 되라 해서.”
“하핫.. 재미있네요..”
그 후로, 우리들은 대화가 또 끊겼다. 안고 있지만 추위는 계속됬고 나나 미래나 점점 의식이 혼미해져 가긴 매한 가지였다.
“저기.. 하늘선배..”
“응?”
“저 몸이 추워서.. 괴로우니깐.. 계속.. 안아주세요.”
-미래의 시선
아프고 괴로운 건 참아야했다. 내가 참고 견디면 나랑 오빠 둘 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너무 슬프고 아팠지만 참고 견뎌냈다. 오빠는 거듭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고 난 억지로 웃으면서 괜찮단 말만 반복했다.
“정말로, 이 죗값은 나중에 라도..하아.. 치룰..테니깐..”
정말 정말 괴로워하며 오빠는 계속 말없이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이 사람에겐 순수하게 날 살리고 싶다.. 란 마음이 자꾸 전해져와서 눈물이 났다.
“하아..하..악...저기, 하늘 선배.”
“응?”
“지금 한 순간 만이라도 좋으니깐 연인인 척 해주세요.. 안그러면 괴로우니깐. 하..하아...”
아마 눈물 범벅이여서 제대로 저렇게 말했을꺼 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튼 비슷한 뉘앙스의 말은 분명히 했던 것 같다. 이렇게 까지 해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는데, 최소한 연인 흉내라도 내면 조금 덜 비참하지 않을까.. 싶었다.
“응..”
“...”
“저기, 미래야. 나 그다지 능숙하지 못 하도 이해해줘? 나도 처음이니깐.”
“..네 오빠..”
계속, 계속 몇 번이고 부딫쳐 온다.
아프고 괴롭다, 하지만 이 사람이라면 괜찮다. 이 사람이라면 내 몸을 맡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거 같다.
“만약에.. 만약에 살아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이렇게 계속 행세해도 괜찮을 것 같죠?”
-하늘의 시선
연인..이라.
나랑은 인연이 없는 단어일 줄 알았다. 아마 평생 동안. 가짜 연인행세를 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정말 연모의 감정 같은 것 보단 이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마음만 가득했으니깐.
“만약, 둘 다 살 수 있다면.. 우리에게 하늘빛 미래가 있다면..”
그녀는 그말을 듣고 처음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오빠, 우리 지지 마요, 살아..돌아가는거에요.”
“그래, 지면 안되는 거지..?”
“네..”
눈물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며 계속 입맟춤한다.
죽고 싶지 않아.
살아서, 이 아이랑 좀 더 이야기 해보고 싶어.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이 아이만큼은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그런 감정이 계속 계속 거듭되었다.
그 다음 부턴 기억이 애매하다.
몸을 섞고 섞고, 계속 섞었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면 또 괴로워 지고, 나중엔 그녀도 가버리기도 하고.. 그런게 계속 몇 번 반복되었지만. 결국엔 나중엔 미래가 살아줬으면 해서, 그리고 사치가 아니라면 나도 살고 싶어서 계속 했다.
그러다가 결국 정신을 잃어버렸다.
-미래의 시선
정신이 들고 나니 병원이 였다.
어찌 어찌 구조되어서 살아남은듯하다. 몸이 심각하게 피로한 것 빼곤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도 없었고. 그래서 바로 옆 침대에 입원한 오빠의 자리를 계속 지켰다.
“으..으윽..”
“정신이 드셨어요?”
“여..여긴.. 천국이라기엔.. 너무 소란스럽군..”
“아, 응.. 여긴 병원이에요.”
“..어찌 어찌 살아 남은 모양이네..”
“네..”
“...”
우리 둘 다 한참동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살아 남은 것에 대한 기쁨,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등 복잡한 감정이 몇 군데 섞여서 서로 그냥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걸로 끝이네..”
“...저..저기..”
“응?”
“가끔이라면, 제 하숙집에 놀러 와도 되요, 요리는 잘못하지만.. 그래도 한끼 밥 정도는 대접해드릴 수 있으니깐!”
“미안, 그럴 용기가 없는걸.. 너 처녀였잖아? 아무리 상황이 그랬다지만 그걸 부숴버렸고...”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괴롭지도 않았는데다가.. 하늘선배는 최선을 다한 거 잖아요? 의사 선생님도 조금 특이하지만 나름 나쁜 대처 방법은 아니였다고 했고.. 무엇보다, 괜히 고고한척 굴다가 죽는것보다 조금 더럽더라도 사는게 더 중요하니깐요..”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기만 하네.. 크읏..”
“아..괘..괜찮아요?!”
“..사실 너한테 3벌이나 줘서 더럽게 추웠거든..”
“...정말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지 않으면 면목이라도 없겠네요..헤헷..”
“아하하...”
..이때만 해도 난 강 하늘이란 인간은 굉장히 착하고 착한남자로 알고있었다.
물론, 약 일주일 뒤 이 평가는 완벽하게 뒤집혀 버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