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미래 13화
-미래의 시선
“후훗 그러니깐 미래는 하늘군의 정력에 반해 버린거네? 우우.. 야한 아이..”
“푸웁!”
“그.러.니.까. 아니라고오!”
느긋 하게 차를 마시면서 남이 들으면 굉장히 실례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담아서 오빠를 뿜게 만드는 여성이 눈앞에 있다.
“우우.. 그럼 하늘군이 미래를 납치 해다가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거나..”
“그..그러니깐 그런게 아니에요!”
본인은 절대로 의도하지 않은 바겠지만 점점 상황을 카오스하게 만들어가는 이 여성은..
“에엣..? 하지만 나도 영철씨한테 덮쳐지기도 했었고.. 지금은 결혼도 했고 우우...”
“그러니깐 언니랑 형부의 특수한 케이스를 들먹이는 건 금지!”
“우우..”
살짝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여성의 정체는 바로...
-하늘의 시선
“저기 학생~.”
“네?”
오늘은 내가 식사 당번인 고로 장을 봐가던 도중 누군가에 의해 불러 세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에는..
“..미..래?”
“에? 미래하고 아는 사이야?”
“아.. 네..”
자세히 보니 미래하곤 확실히 틀리게 생겼다. 인상이 좀 더 부드럽고 눈도 조금 더 동그랗고 머리도 살짝 더 길고 머리 끝은 커다란 리본으로 가지런히 묶여져있다. 옷은 흰색 와이셔츠에 갈색 카디건과 검정색 치마를 입고 있다. 키도 약 10cm가량 더 큰 것같다. 또한, 완전 절벽에 가까운 미래와 다르게 몸매도 제법 나올 만큼 나와 있어서 고등학생~대학생 사이의 인상을 풍기는 여성이였다.
“마침 잘 됬다아~ 미래는 내 동생인데 내가 지금 목련빌라 117동 203호를 찾고 있거든? 에.. 그러니깐 여기서 지금 지낸다고 했는데 혹시 미래랑 아는 사이면 미래랑 연락 좀 할 수 있을까나?”
목련빌라 117동 203호, 우리 집이다.
“제가 집 주인인 강 하늘입니다만..”
“엣 네가 혹시 하늘군?”
“아, 네..”
그러자 그 여성은 내 손을 잡고 마구 강제로 악수를 하면서 말한다.
“우우! 나는 미래 언니인 미리라고 해~ 하늘군에 대해선 미래한테 많이 이야기 들었는데 막상 만나보니깐 미래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게 생긴 사람이네에~. 아참, 우리 미래가 많이 신세 지고있어.”
황급히 손을 놓고 고개를 꾸벅 하고 숙이는 미리씨.
“미리..라면 미래의 큰 언니라고 하던 그 분이신가요?”
“응, 오랜만에 미래가 보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오긴 했는데... 우우.. 그만 길을 잃어버려서..”
“아, 다행이네요. 저도 막 장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여서 저를 따라오시면 될 것 같네요 미리씨.”
“우우.. 누나로 괜찮아..”
살짝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을 꼼지락대는 미리씨.
“아, 네.. 그럼 미리누나로..”
“우우.. 잘 부탁 해에..”
-미래의 시선
“..엑? 미리언니?!”
“우우 미래야아~.”
“으앗..!”
오빠가 온 걸 확인하고 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미리언니가 나에게 돌격해온다. 어째서?! 착 달라붙어서 나에게 부비부비를 시전하는 언니를 내버려두고 뒤에서 살짝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오빠에게 시선을 던진다.
“아, 시장 갔다가 오는 길에 만났어. 너가 보고 싶어서 찾아오셨는데 길을 잃고 헤메고 있더라고.”
“우우~ 미래야아~.”
“으.. 언니이 일단 좀 떨어져!”
반 강제로 미리 언니를 때어놓자 언니는 살짝 서운한 표정으로 우우.. 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끙.. 예전부터 저랬지만 참 적응이 안 된다니깐..”
“우우... 거의 일년만 인데에..”
그러고 보니, 원래 우리 집에서 살지 않고 형부랑 같이 사는 미리 언니는 작년 이 맘 때 보고나서 해외로 일을 나가는 바람에 그 동안은 본적이 없긴하다.
“하아, 아무리 그래도 보자마자 착 달라붙어서는.. 으..”
“우우..”
"일단은 차라도 내올테니 어디 앉으세요 누나.“
“오빠는 왜 벌써 누나라고 부르는 건데..”
“어? 그..그야 미리 누나가 그렇게 부르라고 해서..”
“언니도 아무리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막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면 어떻게 해!”
“우우.. 그치만, 하늘군은 미래의 애인이라고 들었고, 미래의 애인이란건.. 나중에 내가 처형이 될 수도 있단거니깐.. 우우..”
“너무 앞서 생각 하지마 바보!”
“우우..그치만.. 사랑하면 바로 결혼 해야하는거 아닌가..우우..”
“하아.. 언니는 진짜 사랑만 있으면 세상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서 탈이야..”
“우우.. 정말로 그런데..”
“아니거든!”
“우우..”
늘 생각 하는거지만 미리 언니는 다 좋은데 어딘지 모르게 나사가 한군데 풀려있는 것 같다. 머리가 나쁘다던가 의 문제는 절대 아니지만 진심으로 그 사랑만 있으면 만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이상한 경향이 있다.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말이야.
“흠, 그러고보면 미래의 언니라고 해서 미리누나는 꽤 나이차가 심할꺼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별로 안 심해 보이네?”
“응! 미래하고 겨우 16살 차이인 걸?”
“푸웁.”
...뭐 확실히 뿜을만도 하다, 미리 언니는 많아보여야 18~20살 정도의 나이로 밖엔 보이지 않는데 실제 나이는 무려 36살이니깐.
“우우.. 그렇게 격하게 반응해버리면 우우..”
격하게 뿜는 하늘을 보면서 미리 언니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인다.
“좀 더 환상을 깨주자면 두 아이의 엄마야, 음.. 17세 때 낳았으니깐 나하곤 동갑. 쌍둥이 인데 이름은 각각 유나하고 유라.”
“잠깐?! 언니의 자식이 너하고 동갑이면 미리누나는 언제 태어난 건데?!”
“우리 엄마가 17살 때.”
정리하면 이렇다.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16살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한 우리 엄마는 17세 때 미리언니를 낳았고, 그 미리언니는 자라서 16 세 때 속도 위반을 해서 17세 때 쌍둥이를 낳았다. 쌍둥이를 낳을 당시 왠지 모를 경쟁심에 불타던 우리 엄마는 33세에 우리-나랑 민우-를 가졌고 그리하여 사촌지간임에도 불과하고 나이는 동갑인 것이다.
아 물론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집안이 다소 막장 내력인건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지만 본인들은 결혼해서 잘 먹고 별탈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도 록 하자.
“..대단한 집안이다.”
오빠는 머리를 살짝 꾹 하고 누른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응, 대단하지 막장이란 의미에선.”
“우우.. 막장 아니야.. 우우..”
“우우~.”
“따라 하지마 우우...”
“우우~.”
덧붙이면, 에르가 에읏 에읏 거리는게 입버릇 이라면 미리 언니는 말 서두나 어미에 자꾸 우우를 붙이는게 습관이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신기하단 말이지 같은 자식인데도 나랑 민우는 전혀 저런 괴 습관(?)은 없다.
“아무튼 언니는 그래서 얼마나 있다 갈 생각?”
“음, 글쎄에.. 마음 같아선 하룻 밤 정도는 같이 자고 싶지만. 그건 너무 실례 되는거겠지?”
“아니 전혀/아뇨 괜찮아요.”
나랑 오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서 합창한다.
“뭐, 딱히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방도 하나 남으니깐요.”
“에.. 그러면 하루만 지내고 가도 될까나아~.”
“넵, 대 환영임다!”
틀린 사실은 아니지만 너무 흔쾌히 승낙하는 오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툭치며 말한다.
“오빠 사실 무슨 흑심 있는거지?”
그러자 오빠는 조그맣게 귀에 속삭인다.
“아니 그치만 신기한 사람이잖아. 마치 너가 한 3년쯤 성장해서 돌아온 모습이라 신선하다고?”
.........뭐 이런 이유라고 생각은 했다.
-하늘의 시선
미리누나는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그저 맹한 버전의 조금 성장한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대학 과제로 쩔쩔매는 나를 도와서 3시간이 걸릴 분량을 30분 만에 끝내버리고, 미래와 다 함께 시간도 죽일 겸 한 보드 게임에선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미래랑 나랑 힘을 합쳐서 겨우 들 수 있는 선반을 가볍게 들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원하는 위치에 재배열을 하고-이 집안 여자들은 전부 괴물이냐?!- 마지막으로..
“맛있어..”
“미리 언니 요리는 맛있기로 유명하니깐.”
“우우.. 별로 대단한건 아니지만..”
여태까지 먹어본 요리 중 가장 맛있는 건 에르가 만든 요리라고 생각했는데-물론 미래가 요리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는 에르에 비해서 떨어지는건 염연한 사실이다-이 요리의 질은 그 에르의 것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즉 그러니깐 미리 누나는 미스 퍼펙트 같은 사람이네요.”
“우우.. 부끄러워...”
만약 유부녀가 아니고 미래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 였으면 당장에라도 “저와 사귀어 주세요!” 라고 소리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물론 주제넘지만.
“..흥.”
“왜 그래?”
“...몰라.”
반면에 미래는 아까부터 뭔가 불만인 듯 토라진 채로 미리누나가 만든 최고의 음식을 그저 포크로 휘휘 저으면서 깨작일 뿐이다.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됐거든?”
내가 포크를 들이밀자, 미래는 접시를 휙 치우더니 신경질 적으로 와구 와구 먹어댄다.
“아무튼 미리 누나는 진짜 대단하네요, 남편 분한테 사랑 되게 많이 받겠다아.”
"응! 밤마다 그이가 원하는 대로 점점 야한아이가 되기 위해 단련중이야!“
“푸웁.”
이번엔 미래가 뿜었다.
아까부터 눈치 챈 거지만, 미리누나는 이런 이야기에 굉장히 둔하거나 아니면 이런 류 이야기가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하하하 뭐, 그것도 중요하겠죠. 야, 미래야 너도 저런 점은 좀 본받아라.”
“됐거든?!”
미래는 신경질적으로 마구 고기를 으적 으적 씹으며 고개를 획 하고 돌린다.
..아 이 녀석 또 삐졌구나-라고 이젠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알게 된다. 자꾸 미리누나만 치켜세워주니깐 질투 하는게 분명하다.
물론 본인에게 직접 언급하면 정색하면서 아니라고 벅벅 우기겠지만.
“하지만 역시 미래가 누나보단 더 귀엽고 야한 것 같아요.”
“뭐..뭐라고?!”
“우우.. 그렇구나아..”
“납득 하지마!”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있는 힘껏 항변하는 미래. 예전 같으면 주먹이든 발이든 날라 올 타이밍이지만, 요즘 들어 나사가 풀려버린 미래는 그저 얼굴을 빨갛게 하곤 꽥꽥 소리 지르면서 부끄러워 할 뿐이다.
-미래의 시선
소란스러운 저녁 식사가 끝나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 다들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TV를 본다.
“오빠 졸려?”
아까부터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조금씩 졸고 있는 오빠에게 말을 건내본다.
“아, 응.. 좀 졸리다.”
“그럼 먼저 들어가서 자.”
“응..”
많이 피곤 했는지, 별 군소리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 가버리는 오빠를 보고있자니 미리 언니가 말을 걸어온다.
“우리도 들어가서 잘까 미래야?”
“음.. 내 침대는 둘이서 자기엔 조금 좁으니깐 언니가 내 방에 들어가서 자, 나는 여기서 자지뭐.”
“우우.. 괜찮아 안 굴러떨어지게 미래랑 꼭 껴안고 자면 되지 뭐~.”
“..그건 싫은데.”
“우우.. 미래랑 꼭 안고 자고 싶었는데에.”
미리언니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댄다.
...저렇게까지 실망하면 또 내쫓기도 뭐하니깐 그냥 하룻 밤 정도야 같이 자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언니에게 말하자.
“우우~ 미래야 사랑해에~.”
꼭 달라 붙여서는 부비부비 대는 바보 언니인 것이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오빠하고 만났던 일, 그 후에 몇 번이나 오빠가 목숨을 구해줬던 일, 그리고 같이 살게 된 일 등등..
“헤헷.. 누가 뭐래도 즐거워 보이네 미래는.”
“응, 뭐 꼭 좋은 일만 있던건 아니 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 좋았다고 생각해.”
“미래는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아.”
어둠 속에서, 잘은 보이지 않지만 나를 바라보며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언니.
“예전엔 고집쟁이에 굉장히 차가운 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많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진 것 같아.”
“그런..가?”
그러고 보면, 에르나 민우도 저번에 저런 소리를 했었지.
“응, 파워 오브 러브! 랄까 정말 미래가 하늘군을 사랑하고 있구나~ 란게 느껴지는 걸?”
“으..으...”
예전 같으면 누가 누굴 사랑 한다는 거야 바보! 하면서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다고 밀어붙일 수도 없게 되버렸다.
왜냐하면.. 사실이니깐.
“엄마가 하늘군이 어떤 사람인지 철처하게 조사해오도록! 했을 때만해도 혹시 이상한 사람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엑.. 엄마가 그런 것도 시켰어?”
..역시 엄마,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응, 하지만 나도 미래의 연인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응?”
“미래가 무지 무지 보고 싶었으니깐~.”
“으으.. 더워어~ 떨어져어~.”
“부비부비이~.”
하여튼, 바보 같아 보여도 언니도 방심하면 안된다는 사람인걸 잠깐 잊어버리고 있었다.
“난 둘이 잘 됬으면 좋겠다.”
“...나도..”
미리 언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조용히 쓰다듬어 줄뿐이었다.
조금씩 잠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대로면 충분하다고, 부디 아무 일도 없이 계속 오빠와 나의 이 관계가 유지 되면 참 좋겠다고.